사가

혀로 느끼는 여행의 백미(白眉), '사가현' 식도락 여행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맛...'사가규'
1분안에 조리해 내오는 '활오징어'
장어마부시를 접목시킨 '게 요리'
입력 : 2013.08.21 17:10 / 수정 : 2013.08.21 17:19
  • 찌는듯한 더위에 식욕을 잃은 지 오래. 심신도 몸도 지쳐가는 여름이다. "룰루랄라~" 옆자리 김 대리가 휴가계획 세우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는 나 자신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평범한 일상에 활력을 주기 위해 이번 여름은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중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백미(白眉)'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해진미(山海珍味)'는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고 활력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사가현(佐賀縣)'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여행지다. 산과 평야에는 일본 최상 품질의 청정 소가 자라고, 바다와 갯벌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라멘과 오코노미야키로 일본 음식을 먹어봤다고 자랑하는 건 오산이다. 그건 사가현 음식을 먹고 난 뒤에 할 말이다. 일본 최고의 먹거리를 찾아 사가현으로 날아갔다.

    ▶고집스러움과 고기의 질이 만들어낸 맛, 사가규(佐賀牛)


  • 야마구치 부부의 모습.
    ▲ 10평 남짓한 조그만 식당 가와노에서는 사가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그러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 묵겠지~" 뭐니 뭐니 해도 지친 심신을 달래는 대는 고기가 최고다. 사가현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한적한 도시 고호쿠마치에 자리한 '가와노'다. 일본 사가현에서 먹거리 하면 소고기 빼놓을 수 없다. 북큐슈 지역에는 일본에서 알아주는 이마리규가 있는데 사가에서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명품 소고기, '사가규'를 맛볼 수 있다.

    한사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쪽문을 열고 들어가자 10평 남짓한 공간이 나온다. 바(BAR) 형식의 테이블을 빼면 좌식 테이블은 단 하나. 고기 메뉴 또한 따로 없고 모둠 코스가 전부다. 몸을 구겨 겨우겨우 자리 잡고 앉아 고기를 주문하자 소 막창이 등장했다. 다소 의아해하는 모습에 주인 야마구치(73)씨는 "사가규의 부드러운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질긴 부위부터 맛봐야 해"라고 귀띔했다.

    가와노에서 먹는 사가규 막창은 '고급요리'로 재탄생한다. 깨끗하고 넓게 손질된 이 막창은 냄새가 전혀 없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전해진다. 식감은 부드러워 마치 삶은 '닭 껍데기'를 먹는 듯 
                                              야들야들한 느낌이다.


  • 사가규의 마블링.
    ▲ 사가규는 일본 내에서도 명품으로 꼽히며 고르고 세밀하게 형성된 마블링이 특징이다
    막창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우자 선홍빛의 우설(牛舌. 소의 혀)이 불판에 오른다. '등심이 아닌 우설?' 일본 니가타현에서 유명한 우설이 나오자 내장이 나왔을 때보다 더 의아했다. 우설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최고로 꼽히지만 신선하지 않으면 비린 맛이 난다. 이곳에서는 특제 소스를 제공해 처음 먹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 사가규 모둠 구이 코스.
    ▲ 사가규 모둠 구이는 막창-우설-등심 순으로 제공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것은 모둠 구이의 하이라이트 등심이다. 등심은 붉은 빛깔보다는 얼핏 보면 냉동이라 의심할 정도로 하얀 빛깔을 띤다. 이는 마블링이라 불리는 지방 결이 세밀하게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사가규 맛의 비결이다.

    입맛을 다지고 노릇하게 구워진 사가규 한 점을 맛봤다. '씹으려는 찰나'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등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혀에는 사가규의 고소한 육즙 향이 배어 있었다. 부드럽기로 최고라는 우설보다 더 연해 식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등심. 이 맛은 어느 것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이런 사가규 맛의 비결은 고기의 질도 있지만 55년 경력을 지닌 사장님의 고집스러움에도 묻어난다. 때론 정해주는 순서대로 고기를 먹지 않을 때에는 판매를 거부당하기도 한단다. 역시 맛 집에는 뭔가 특별함이 숨어 있다. 주방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서글서글한 표정의 사장님 배웅을 받으며 사가현의 또 다른 진미를 찾아 바다로 향했다.



  • ▶ 청정 바다가 주는 선물, 활오징어 회(イカの活作り) 와 다케자키 게(有明海の竹崎カニ)

    산의 진미를 맛봤으니 이번엔 바다의 진미를 맛볼 차례. 사가현 요부코 지역에는 특별한 오징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오징어를 잡아 1분 안에 빠르게 조리하는 것이 이 회의 특징인데 이렇게 조리하면 투명할 때 오징어를 맛볼 수 있다.

  • 요부코 활오징어 회.
    ▲ 활오징어 회는 1분 안에 조리해 투명한 빛깔을 띠며 다리 부분은 튀김으로 즐길 수 있다
    "쓱쓱쓱" 신속하게 조리된 오징어는 담은 그릇의 문양이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회는 오징어 부위 중에서도 몸통만을 사용하는데 칼집이 난 도톰한 오징어 회는 살아 있는 그대로 씹는 것처럼 쫄깃한 맛이다. 혀와 입천장에 쫀득하게 붙는 오징어는 씹을수록 달콤한 향을 입안에 머금게 한다.

    몸통부위를 제외한 다리와 머리 부분은 튀김으로 변신해 술안주가 된다. 노릇하게 튀겨진 오징어는 고소한 기름 향을 머금고 한잔 맥주를 부른다. '바삭'하고 부서지는 튀김옷과 그 속의 부드러운 오징어 살은 마지막까지 즐거운 식사를 선물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바다의 진미다.


  • 다케자키 게 요리의 모습.
    ▲ 4가지 소스를 이용한 다케자키 게 요리의 모습
    오징어에 이은 사가의 또 다른 바다 진미는 바로 '다케자키 게'다. 이 게 요리를 특별하게 맛볼 수 있다는 '호요소'라는 식당을 찾았다. 정식을 주문하자 덮밥처럼 게살이 밥 위에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빨간 게딱지가 덮여 있어서 화려한 느낌이 든다.

    식사에는 4가지 소스도 함께 나왔는데 이는 일본 요리인 '장어마부시'에서 고안된 것들이다. 네 등분 한 게 덮밥은 각각 종기에 덜어서 게 내장과 함께, 특제 매운맛 소스와 함께, 간장소스를 부어서 먹을 수 있으며 마지막은 간을 한 녹차 물과 섞어 마무리한다.


  • 4가지 소스를 이용한 다케자키 게의 변신.
    ▲ 장어마부시에서 착안한 다케자키 게 요리 소스는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호요소에서 게 요리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자 야나가와 사장은 "하루 20개 한정 요리입니다. 왜냐하면 이 요리를 담을 그릇이 그게 다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케자키 게 요리는 사장의 독특한 발상과 끊임없는 연구가 만들어 낸 요리다. 손에 묻히지 않고 게를 먹을 수 있는 이 요리법은 음식을 종기에 덜고 특제 소스를 붓는 과정이 아기자기해 많은 아이와 여성에게 인기라고 한다. 가족단위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곳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여.행.수.첩
    ▶ 사가규 맛집(가와노)
    주소 : 杵島郡江北町上小田1509 (기시마군 코호쿠마치 카미오다 1509)
    전화번호 : 0952-86-3053

    ▶ 활오징어 회 산지(요부코항)

    주소 : 唐津市鎮西町波戸岬 (카라츠시 친제이니시쵸 하도미사키)

    ▶ 다케자키 게 맛집(호요소)
    주소 : 藤津郡太良町大浦野崎港前(후지츠군 타라쵸 오오우라노자키 항 앞)
    전화번호 : 0954-68-3545




  • 혀로 느끼는 여행의 백미(白眉), '사가현' 식도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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