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

숲에서 즐기는 차 한 잔과 온천… 찾았다, 쉼표

규슈 7개 현, 제주도 올레길 벤치마킹해…
1,300년 역사가 자랑거리인 '다케오 온천'
나트륨 함량이 많아 미인 온천으로 유명한 '우레시노 온천'
입력 : 2014.01.14 17:23 / 수정 : 2014.01.15 10:41
  • 한 해의 시작부터 각종 신년회를 두세 차례 치르고 나니 새해부터 몸은 지쳤다. 지난해를 돌아볼 틈도 없이 새해가 밝았다는 생각에 허무하기만 하다. 몸과 마음속의 돌덩이들을 내려놓고, 잊고 있던 쉼표를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사가현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규슈의 7개 현 중 한 곳이다. 제주도 올레를 벤치마킹한 다케오 올레길을 걸어 볼 수 있고, 나트륨 함량이 많아 미인 온천으로 유명해 겨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 다케오 올레길의 삼나무 숲.
    ▲ 다케오 올레길의 삼나무 숲.
    ◇ 낯설지만 익숙한 이름 '다케오 올레길'

    제주도에서만 걸었던 올레가 일본 규슈에 상륙했다. 사단법인 제주 올레와 규슈 운수국, 규슈 관광추진기구가 협정을 맺어 규슈의 매력적인 걷는 길을 '규슈 올레'로 선정했다. 일본 규슈 7개 현이 제주 올레길을 벤치마킹한 규슈 올레길을 만들면서 이 한국식 표지문화를 그대로 수입했다. 그중 사가현은 다케오 올레라는 이름으로 코스가 만들어졌다.

    다케오 역에 도착하자 사가현의 올레길 시작 지점을 알리는 간판이 눈에 띈다. 낯선 일본 사가현에서 익숙한 이름 '올레길'을 만나니 아는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괜스레 반갑다. 1,300년 역사를 가진 다케오 온천까지 걷는 총 길이 14.5km의 코스이다. 도심지부터 숲길까지 푸른색과 다홍색의 리본이 팔랑거리고, 방향 표지가 도로바닥과 길 곳곳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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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오 올레길에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곳곳에 파란색과 붉은색 리본, 나무 화살표, 간세(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한 모양)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파란색과 붉은색 리본은 나뭇가지 등에, 나무 화살표는 길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데 파란색 화살표가 정방향, 붉은색 화살표는 역방향을 뜻한다.
    ▲ 다케오 올레길에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곳곳에 파란색과 붉은색 리본, 나무 화살표, 간세(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한 모양)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파란색과 붉은색 리본은 나뭇가지 등에, 나무 화살표는 길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데 파란색 화살표가 정방향, 붉은색 화살표는 역방향을 뜻한다.
    정갈한 도심 주택가를 지나 나오는 시라이와 운동공원에서 올레길의 상급자 코스와 중급자 코스로 나뉜다. 과감히 거대한 삼나무들이 그늘을 만드는 산길로 향한다. 개울이 모여 호수가 된 호타루노아케(반딧불호수)를 지나 가파른 숲길을 따라 산정에 오른다. 겹을 이룬 산릉과 반대편 거대한 분지에 오밀조밀 들어선 다케오 시가 묘한 풍광을 자아낸다. 잠시 말없이 바람에 소리를 귀 기울인다. 마치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올해는 이렇게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단 다짐 하나를 품는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기묘지 절, 다케오 올레길, 호타루노아케.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기묘지 절, 다케오 올레길, 호타루노아케.
    숲길 끝에 다다르자 기묘지(貴明寺)란 절 하나가 나온다. 절 입구 기둥에 한글로 "규슈 올레를 걸으시는 분들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란 종이 하나가 떡하니 붙어 있다. 예사 글씨체가 아니다. 알고 보니 한글에 관심 많은 주지의 부인이 절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에게 부탁해 쓴 글씨란다. 무료니 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잠시 발을 풀 겸 마신 차 한 잔에 몸이 풀린다. 절을 감싸고 있는 작은 자연의 정취가 차의 깊은 맛을 더한다.
  • 다케오 신사 내에 있는 3,000년 묵은 녹나무.
    ▲ 다케오 신사 내에 있는 3,000년 묵은 녹나무.
    도심으로 내려와 다케오 신사로 향하니 또 다른 올레 길을 만났다. 편을 가르듯 오른쪽엔 대나무 숲이, 왼쪽엔 삼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그 사이로 걸어 오르니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3,000년 묵은 녹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족히 아파트 6층 높이는 돼 보이는 이 녹나무 속은 텅텅 비어 있다. 마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루에 등장하는 녹나무를 연상시킨다. 규슈의 올레는 자연이 부려놓은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고 가는 도보여행길이다.

    ◇ 역사와 미인온천의 대명사 '다케오'와 '우레시노' 온천

    다케오 올레 코스의 종점은 바로 다케오 온천이다. 다케오는 사가 현을 대표하는 온천마을로 무려 1,300년 역사가 자랑거리다. 이곳을 종점으로 한 이유는 단순 오랜 역사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알칼리성 온천으로 피로 회복에 뛰어난 효능 때문이다. 올레길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가란 의미다. 이런 부분은 제주도 올레에서 느낄 수 없는 부분이라 관광객을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 (사진 위) 다케오 온천의 가족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 아래 왼쪽부터) 다케오 온천,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로몬'.
    ▲ (사진 위) 다케오 온천의 가족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 아래 왼쪽부터) 다케오 온천,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로몬'.
    다케오 온천의 상징이자 정문인 로몬(樓門·누각의 문)은 화폐금융박물관(前 한국은행본점, 1912년)과 도쿄역(1914년)을 설계한 메이지시대 건축가 다쓰노 긴코이 설계한 것이다. 이곳을 지나면 총 3개의 대중탕과 3개의 가족탕이 나온다. 입구에 한글로 설명되어 있는 효능을 보고 각자에 맞는 탕을 이용하면 된다.

    다케오 온천 바로 옆에는 또 다른 온천 마을이 있다. "가장 일본적인 전통과 취향을 간직하고 있는 온천 료칸" 우레시노 온천의 한 료칸을 다녀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곳 온천 지역은 나트륨 성분이 많아 온천 후 피부가 매끈해져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곳의 온천탕을 '비진노유'(美人の湯·미인탕)라고 한다.
  • 우레시노 온천은 나트륨 성분이 많아 온천 후 피부가 매끈해져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 온천 마을에는 미인탕을 자연속에서 즐길 수 있는 료칸이 곳곳에 있다.
    ▲ 우레시노 온천은 나트륨 성분이 많아 온천 후 피부가 매끈해져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 온천 마을에는 미인탕을 자연속에서 즐길 수 있는 료칸이 곳곳에 있다.
    온천의 매력은 효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연적인 분위기에서 온천을 즐기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일본식 정원으로 꾸며진 녹차 노천탕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거나, 대나무숲이 우거진 계곡에 료칸을 짓고 온천탕을 만들어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연에서 온천을 즐기니 몸과 마음속의 돌덩이는 어느새 쉼표로 바뀌었다.

    ☞ 여.행.수.첩

    ▶ 규슈 올레 다케오 코스
    거리 : 14.5km
    소요시간 : 4~5시간
    A코스 (상급자) / B코스 (중급자)


  • 규슈 올레 다케오 코스 약도.
    ▲ 규슈 올레 다케오 코스 약도.

    ▶ 다이쇼야
    주소: 사가현 우레시노시 우레시노마을 온센구
    연락처: 0854-42-1170
    홈페이지: www.taishoya.com

    ▶ 와라쿠엔
    주소: 사가현 우레시노시 우레시노마을 시모노 33
    연락처: 0954-43-3181
    홈페이지: http://www.warakuen.co.jp/korean.html

    ▶ 항공: 인천공항에서 주 3회(수·금·일요일) 티웨이 항공이 일본 규슈 사가현
             아리아케 사가공항으로 취항한다.


  • 숲에서 즐기는 차 한 잔과 온천… 찾았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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