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걸으며 누리는, 산인의 봄

  •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 입력 : 2017.03.31 10:54

    두 발로 걸으며 누리는, 산인의 봄
    산인 여행의 출발점은 요나고 기타로 공항이다. 포켓몬으로 대표되는 요괴만화의 시조로 통하는 미즈키 시게루의 이름이 들어간 바로 그 공항이다. 요괴열차에 올라 요나고로 이동해, JR로 갈아타고 마쓰에로 넘어온 길이다. 지붕에 덮개를 단 나룻배 모양의 유람선에 올라 마쓰에성을 돌아 흐르는 호리카와 강을 돈다. 산책로를 따라 가지를 뻗은 노송의 그늘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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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인(山陰)은 '산의 그늘'로 일본 열도의 허리에 해당하는 주코쿠 지방의 시마네현과 돗토리현을 아우른다. 우리의 동해와 인접한 바다의 풍광, 드넓은 호수와 멋진 정원, 곳곳에 숨은 온천마을, 달달한 디저트와 훌륭한 커피, 사막에서 뚝 떼어낸 조각케이크 같은 사구, 한껏 여유를 부려도 좋을 소도시의 골목들이 저마다의 비밀을 품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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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미 긴잔은 산인의 서쪽이 품은 매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시마네현 오다시의 산악에 위치한 역사적인 은광으로, 4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오모리(大森) 마을, 물자 수송로 등과 더불어 200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폐촌으로 퇴락한 마을이 다시 부활하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을로 새삼 주목을 받은 데는 누구보다 두 사람의 노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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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족이나 의수 같은 신체보정기기로 유명한 마을기업인 '나카무라 브레이스'의 나카무라 사장은 물심양면으로 마을 재건에 큰 힘을 보탰다. 여기에 자연주의를 몸소 실천하며 사는 마쓰바 토미 여사가 운영하는 군겐도(群言堂) 본점이 바로 이곳에 있다. 마쓰바 씨는 정식으로 재단을 배우지 않았다. 옷 하나를 지을 때도 환경을 고민하고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시골생활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카페와 더불어 멀티숍으로 운영되는 전시장의 옷과 가방, 생활 소품, 도자기들은 하나같이 미감이 뛰어나고, 단순한 디자인에 세련미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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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은 이 마을에 딱 어울린다. 자판기 하나 허투루 두지 않고 거리의 경관과 어울리는 옷을 입혀놓았다. 마을 공동체가 살아 움직이고, 도시와 공생하는 시골생활에 매료된 사람들이 속속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독일의 제과 명장인 히다카 씨 부부는 도쿄의 제과점을 닫고 이 마을로 들어왔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빵은 굽는 족족 팔려나간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마셨다는 이탈리아 커피 명가 칼리아리의 일본 본점도 나카무라 브레이스사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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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잔마을을 나서 다마쓰쿠리 온천으로 가는 길에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에 들른다. 이즈모는 역사적으로 우리와 인연이 깊다. 서기 157년에 신라인 부부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의 무대가 되는 고장이다. 이즈모타이샤는 일본 건국신화의 주인공이자 태양의 여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후손인 스사노오노미코토를 모신다.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유명해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게가 5톤에 이르는, 일본에서 가장 큰 금줄인 가구라덴(神楽殿)의 시메나와(신전의 기둥에 굵게 엮어 매달아놓은 새끼줄)가 인연의 힘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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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네에 오모리 은광마을이 있다면 돗토리의 구라요시에는 시라카베도조군 아카가와라 마을이 있다. 시라카베도조(白壁土蔵)는 하얀 벽 창고, 아카가와라(赤瓦)는 붉은 기와를 뜻한다. 에도와 메이지 시대를 거치며 수로를 따라 들어선 전통 가옥들이 잘 보존된 고즈넉한 거리다.

    회반죽을 바른 흰 벽에 검게 그을린 삼나무 판자를 덧대고, 지붕에 빨간 기와를 얹은 창고들은 소소한 즐길거리로 넘쳐난다. 특히 체험 공방이 많다. 액을 쫓는다는 하코타 인형의 얼굴을 직접 그려보기도 하고, 도자기나 연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식도락의 매력도 빠질 수 없다. 앙증맞은 요네자와 붕어빵은 주전부리로 그만이고, 손수 맷돌로 간 커피에 단팥을 넣어 먹는 카페 구라(久楽)도 인기다. 또 돼지가 아닌 소뼈로 육수를 낸 사골 라멘을 내는 가미토쿠, 조각 케이크와 따듯한 홍차로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콘체르토 같은 카페들이 거리 곳곳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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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라요시에 들른 김에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미사사 온천을 찾는다. "여기서 아침을 세 번 맞으면 병이 낫는다"고 해서 미사사(三朝)란 이름이 붙었다. 850년의 역사가 말하듯 몸에 좋은 라돈 성분을 품은 명탕이다. 해발 900m의 미토쿠산으로 둘러싸인 산중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 미토쿠 강변의 가와라 노천탕은 남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니 동네 어르신들과 눈을 마주치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볼 일이다.
    스타벅스를 좋아한다면 돗토리 시내에 있는 샤미네 돗토리점에 주목하자. 일본에서 유일하게 스타벅스가 없는 곳으로 이름을 떨친 지역이 돗토리현이다. 라 바르, 사와이 커피, 핫토리 공방 등 지역 커피 브랜드의 위세를 뚫고 끝내 2015년에 문을 연 스타벅스의 뚝심도 대단하다. 탁 트인 천장에 흔히 볼 수 없는 야외 테라스도 있고, 지역 한정으로 내는 기념품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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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코스는 택시를 타고 돗토리 사구, 우라도메 해안과 엮어서 둘러보면 좋다. 천엔 택시가 올해 4월부터 요금이 두 배로 껑충 뛰어 2천엔 택시(1인당 3시간 이용)가 된 점은 많이 아쉽다. 하지만 기쁜 소식도 들린다. 그동안 휴관이었던 모래미술관이 4월 15일에 개관한다. 10주년 기념으로 '대자연과 자유의 나라' 미국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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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인 여행 정보
    주 3회(화, 금, 일요일) 운항하는 에어서울을 통해 요나고 기타로 공항에 닿거나, 오후 6시에 동해항을 출발해 다음날 오전 9시에 사카이미나토항에 입항하는 DBS크루즈를 이용한다.

    시마네, 돗토리현은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에 한해 30~50%에 이르는 입장료 혜택을 준다. 마쓰에 호리카와 유람선, 아다치 미술관 등 주요 관광지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어 꼭 챙겨 다니길 권한다

    이와미 긴잔 오모리 마을
    요나고역으로 이동해 JR로 갈아타고 오다시(大田市)역으로 간다. 그곳에서 이와미 긴잔행 버스를 타고 20~30분을 달리면 나온다. 이와미 은광은 마을에서 2킬로미터 정도를 더 올라야 한다. 마을에서 자전거나 벨로택시를 빌려 탈 수 있다.

    구라요시 시라카베도조군 아카가와라 마을
    요나고역에서 JR로 갈아타고 구라요시역으로 이동(코난패스는 무료)한 뒤, 2번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면 15분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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